| | | ▲ 객원 논설위원 전주시노인취업지원센터장 | |
숨 가쁘게 달려온 탄핵열차가 거의 종착역에 이르렀다. 곧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이 날 것이다. 그러고 나면 대선이다. 벌써부터 민주당은 경선에 돌입했고 다른 주자들도 분주하다.
이번 대선의 화두는 두 가지로 집약되는 듯하다. 일자리와 안보가 그것이다. 안보분야에선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미국의 사드(THAAD) 배치로 인한 중국과의 갈등이 한반도에 먹구름을 불러오고 있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게 먹고사는 문제, 즉 일자리다. 대선주자들은 진작부터 일자리 공약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공공부문 고용확대를 통해 81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여기에는 소방관, 경찰, 복지 등 17만4000개 공무원 일자리가 포함돼 있다. 이를 두고 다른 주자들은, 일자리 주체는 민간기업이며 공공분야 일자리는 좋은 게 아니라고 날을 세운다.
어느 진영의 논리가 맞든 일자리 만들기는 쉽지 않다.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최우선 과제로 삼고 매달려도 될까 말까할 난제다. 가히 ‘일자리 전쟁’이라 할만하다. 미국 등의 사례가 그러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대량 실직한 앵그리 화이트(Angry White) 덕분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막말에 엉뚱한 행동을 하는 것 같아도 그의 취임사는 퍽 인상적이다. “지금 미국 도심의 엄마와 아이들은 가난에 갇혀 있고, 녹슨 공장은 나라 곳곳에 묘비처럼 흩어져 있다.… 이 나라를 재건하기 위해, 우리는 단순한 두 가지 규칙을 지킬 것이다. 미국 제품을 사게 할 것이고, 미국인을 고용할 것이다.”
영국의 브렉시트(EU탈퇴)도 사실은 일자리 문제가 핵심이다. 일본의 아베노믹스 역시 논란이 없지 않으나, 일자리의 경우 ‘잃어버린 20년’을 완전히 극복했다. 오히려 베이비부머의 대량 은퇴로 구인난에 직면해 있다. 부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트럼프와 아베의 특징은 욕을 먹어도 일자리 정책만큼은 뚝심 있게 밀고 가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가. 박근혜 정부는 국정마비로 일자리 창출은 커녕 뒷걸음을 쳐왔다. 이전 정부도 일자리 정책은 소리만 요란한 빈수레였다. 더구나 인공지능(AI)과 로봇 등의 발달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불 보듯 뻔하지 않은가.
그러나 방법이 아주 없지는 않다. 네트워크로 연결해 미스매치와 사각지대를 줄이고 일자리를 나누는 것이다. 노인 취업 현장에서 느끼는 몇 가지를 제안하겠다.
첫째, 65세 이상 노인들에 대한 구인-구직 양방향 DB 구축이 시급하다. 현재 고용노동부에서 일자리 정보 제공을 위해 워크넷(work.go.kr)을 운영하고 있으나 노인들에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노인들의 일자리는 경비, 청소 등 대부분 단순노무직이다. 워크넷에 올리지 않고 그때그때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구인업체는 물론 구직자의 희망직종을 연결해 줄 필요가 있다. 주민센터나 지역의 노인일자리 수행기관이 전국을 일정 구역으로 나눠 등록을 분담토록하면 된다.
둘째, 파트타임 일을 정착시키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 우리는 전일제 근무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노인들은 하루 8시간 근무가 버거운 경우가 많다. 8시간을 4시간으로 쪼개면 일자리가 배로 늘어난다. 노인들은 젊은이와 달리 노후생계비를 벌거나 일 자체를 원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베이비부머의 경우 68.9%가 파트타임 잡을 원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다만 CEO들의 사고전환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실버대학(앙코르 캠퍼스) 설립이 필요하다. 절반 이상의 노인들이 준비 없이 노후를 맞는다. 이들의 직업훈련과 소양 함양을 위해 3, 6개월, 또는 1, 2년 과정의 정규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학생이 줄어드는 대학을 활용하거나 폴리텍 대학과의 연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 일자리 전쟁에 목숨 거는 지도자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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