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과 청소원은 우리나라 노인일자리의 대표선수다. 은퇴 후 일을 해야 하는 노인들에게 경비·청소 자리는 가장 많이 찾는 직종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노인들 중 상당수는 자녀들의 교육과 취업, 결혼 뒷바라지에 청춘을 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소위 자녀 리스크다. 그러다 보니 정작 자신들은 노후준비가 안된 경우가 많다. 늦게까지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평균적으로 53세에 퇴직하고 몇몇 일자리를 전전하다 73세에 일손을 놓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령자인 55∼79세의 64.1%가 일자리를 원한다. 고용률 또한 72.6%로 꾸준히 증가추세다. 반면 빈곤율과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8일 전주시노인취업지원센터가 ‘2019 아파트 경비원·청소원의 근로환경, 길을 찾는다!’는 심포지엄을 가져 관심을 모았다.
전주시 소재 아파트 480개 단지 중 212개 단지에 근무하는 384명의 경비원과 청소원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이고,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와 현장에서 일하는 관계자가 머리를 맞대는 자리였다. 전북 뿐 아니라 전국에서 처음 일이다.
조사에 의하면 이들의 90%가 계약직·임시직으로 항상 부당한 노동조건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역 변경과 고용 불안, 직장내 괴롭힘(갑질), 열악한 근무환경, 사회적 편견 등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경비원은 24시간 맞교대, 청소원은 하루 4∼6시간을 근무하며 경비원의 65.6%와 청소원의 87.1%가 민간위탁회사와 고용계약을 맺고 있다.
근무시 어려운 점으로 경비원은 고용불안, 청소원은 낮은 임금을 꼽았다.
경비원의 경우 근로기준법의 예외 직종이어서 평균 8.1시간의 휴게시간을 제하고 임금을 지급받는다. 각종 수당이나 상여금 역시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휴게공간이 따로 없는 경우가 많고 72.8%가 경비실에서 새우잠을 자야한다.
청소원의 경우 요즘 같은 여름에 일을 하고 땀을 흘려도 85.5%가 샤워실이 없다. 근무 중 50% 이상이 부당한 상황를 경험해 인권의 사각지대이기도 하다.
아파트는 이제 국민의 보편적 거주공간이다. 그렇기에 관리를 민간에만 맡길게 아니라 공적 개입이 있어야 한다. 24시간 맞교대를 하루 3교대로 유도하고 고용불안 해소를 위해 계약기간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
근로감독도 강화해야 한다. 편리하고 쾌적한 공동생활과 노인들의 일자리 보장을 위해 이제 국가와 자치단체가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