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이~ 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못할 것이 무엇이 있느냐고 외치는 어느 노래 가사처럼 나이는 물론 과거 경력에 상관없이 사회 현장을 누비는 ‘철 잊은(?) 청춘’들이 적지 않다.
전주고용노동지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북의 주민등록인구 187만 명중 17.8%가 65세 이상으로 조사됐다. 전북의 고령 인구 비율은 2013년 16.7%, 2014년 17.2%, 2015년 17.8%로 최근 3년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대부분의 장년층 직장인들은 “50대 후반이나 60세에 은퇴하고도 20~3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아직 대비책을 세우지 못해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고 있다. 그러나 은퇴 이후 막상 일자리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일의 종류와 보수, 근로조건 등이 은퇴 이전과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은퇴와 함께 자존심은 물론 과거를 다 떨치고 새로운 인생을 살겠다는 각오가 없으면 제2의 인생을 개척하기가 쉽지 않다. 보다 행복하게 노년을 보내기 위해서 제2막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전북일보가 들여다봤다.
■ 67세 박용곤씨, 경비원 생활서 행복 찾는 코카콜라맨 박용곤 씨(67)는 지난해 11월 완주군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의 경비원직에 합격했다는 전화를 받고 눈물을 쏟았다.
“지금까지 먹고살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었어요. 연로하신 어머니가 가장 먼저 생각났습니다.”
진안군 백운면 출신인 박 씨는 원래 코카콜라맨이었다. 지난 1973년 세계적 기업인 코카콜라 전주공장에 입사했다. 당시 전주시 팔복동에 있던 공장에서 품질관리직으로 20년 넘게 근무했지만 광주로 공장이 이전하면서 회사를 그만뒀다.
“형제자매가 4남 3녀인데, 모두 서울에서 일하고 있어요. 광주로 회사를 옮기면 진안에 혼자 계시는 어머니를 돌볼 수가 없어 그만뒀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각별한 효심이 박 씨의 인생 2막을 열어줬다.
지인의 제안으로 택시업계에 발을 들인 뒤에는 만취한 손님으로 부터 험한 소리를 듣기도 했고, 여고생 승객들의 품격에 감동해 교장에게 ‘학생들이 참 바르다’며 손편지를 써보내 자신의 이름이 학교에 알려지는 일도 있었다.
“택시 기사를 막 대하는 손님들이 적지 않아 10년 정도 하다 그만뒀다”는 그는 한식당과 노래방 운영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잘못된 선택으로 그의 인생에 최대 고비가 왔다. 노래방 영업을 할 당시 손님에게 술을 팔다 신고돼 영업정지 1개월과 벌금 100만 원을 부과받은 뒤 자영업을 포기했고, 무기력에 빠졌다.
“이후 전주시노인취업지원센터를 찾았죠. 교육을 받으면서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지금의 직장을 소개받았습니다.”
어렵게 재기의 기회를 열어준 직장에서도 박 씨의 노력은 계속됐다.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곳이라 쇳가루가 많이 날리다 보니 사원들이 인상을 자주 쓰더라고요. 어두운 표정으로 어두운 직장 분위기가 염려돼 아들 같은 사원들에게 출퇴근 시간 직접 다가가 ‘안녕하세요. 수고하셨어요’라고 매일 인사해요.”
격일로 근무하는 박 씨는 주말마다 아흔을 넘긴 어머니를 찾는다. 누구에게는 인생 2막이라는 ‘경비직’이 가벼운 일자리로 보일 수 있지만 박 씨는 새로운 일에 적응해가며 매일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는 언젠가 경비원을 그만두면 진안으로 내려가 어머님을 모시고 귀농·귀촌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흔히 주변에서 ‘내 나이가 10년만 젊었어도 못할 일이 없었을텐데’라는 말을 하는데 ‘앞으로 10년 후를 생각하면, 지금이 제일 좋을 때’ 아닌가요?”
행복한 인생 2막을 펼치고 있는 박 씨의 말이 귓가를 울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