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진 객원논설위원의 '노년의 꿈'] ⓛ 노후준비 어떻게 해야하나
인간의 수명이 급격히 길어지고 있다. 20세기 후반부터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전 세계적 현상이다. 그 중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가장 가파르다. 장수는 인류의 오랜 꿈이었다. 하지만 저출산과 동전의 앞뒷면이 되면서 두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경제활동인구가 줄고 사회보장비용 등 노인 부양에 대한 국가적 부담이 늘어난 반면 의료기술의 발전과 함께 실버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초고령 시대를 맞아 어떻게 품위 있는 노후를 맞이할지 격주로 살펴보고자 한다.
노후는 갑자기 닥친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경우도 있지만 준비 없이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의 노인들은 대체로 우리나라가 한참 어려웠던 산업화시대에 열심히 일한 세대들이다. 온 몸을 바쳐 나라를 세우고 가정을 일으킨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노인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 노인세대의 노후는 각양각색이다. 일찍부터 재테크에 눈뜨고 건강도 양호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녀 리스크 등으로 정작 자신의 노후는 챙기지 못했거나 처음부터 하루 벌어 하루 사느라 아예 노후준비는 엄두도 못낸 경우까지 십인십색이다. 노년에 대한 구분은 다양하지만 현역에서 은퇴한 60세 또는 65세 이후의 삶은 대개 활동기-회고기-간병기 등 3단계를 거친다. 일본 도쿄대 고령사회종합연구소는 건강 자립도를 기준으로 자립생활기-자립도 저하기-요양(돌봄)이 필요한 시기로 구분한다.(도쿄대 고령사회교과서, 2019) 이러한 구분에 따라 노년 기를 따라가 보자.
첫 번째 단계인 활동기는 현업에서 은퇴를 했어도 아직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시기이다. 연령으로는 대개 전기 고령기인 75세정도가 기준이 된다. 이 시기는 예전처럼 평생 일하다 은퇴하고 자녀가 성장한 후 죽는 날을 기다리는 단순한 삶이 아니라 인생 이모작, 삼모작 등에 다시 도전해 보는 시기이다. 흔히 활동적 노년(active aging)이나 성공적 노화(successful aging) 등이 그것이다. 예전보다 젊어진 신노년들이 재취업을 하거나 여가취미활동에 나서 새로운 성취를 이루는 시기이기도 하다. 제대로 계획을 세워 일과 여가활동을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게 되면 인생의 황금기가 될 수 있다.
두 번째 단계인 회고기는 완만하게 늙어가는 시기이다. 75세 이후의 후기 고령기가 이에 해당한다. 일본의 경우 건강 자립도를 기준으로 남성의 70%, 여성의 90%가 70대 후반부터 서서히 쇠약해진다. 이 시기에는 최대한 활력을 유지하면서 미리 요양기로 갈 사회적 자원과 심리적 적응 등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세 번째 단계는 간병기로 요양이 필요한 시기이다. 흔히 9988234라고 해서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죽음을 맞이하길 원하지만 실제 그렇게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 시기는 돌봄 비용을 포함해 의료비가 평생의료비의 절반이상이 지출돼 자신이나 자녀의 부담이 큰 시기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정부에서 통합돌봄(community care)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통합돌봄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을 병원이나 복지시설이 아닌 지역사회나 자택에서 돌보는 것을 말한다. 즉 오래 살아 익숙한 곳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다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 것(Aging in Place)이다. 전북에서는 전주시가 2019년부터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 시기에도 저마다 죽음 맞을 준비가 필요하다.
이처럼 노년기는 활동기에서 자립도가 저하되는 회고기를 거쳐 간병이 필요한 시기로 흘러간다. 각 단계별로 대책을 세워야 노후를 아름답게 늙어갈 수 있다.
그렇다면 노후준비로 필요한 게 무엇일까. 사람에 따라 강조하는 바가 다르다. 독일의 문호 괴테는 건강과 일, 친구, 꿈 등 4가지를 들었다. 장수학자 박상철(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은 영양, 운동, 관계, 참여를, 이근후(이화여대 의대 명예교수)는 건강과 돈, 버티기(parterre), 배우자, 공부나 취미활동 등 7가지를 꼽았다. 또 주거(住居)나 의미를 추가하는 사람도 있다.
이중 세 가지만 들라면 돈과 건강, 일로 요약되지 않을까 싶다.
인간은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현재 생존하는 최고령 기네스 기록은 일본인 다나카 가네(田中方子) 할머니로 1903년생이다. 후쿠오카시 노인요양시설에 거주하는 이 할머니는 지난 2일 118번째 생일을 맞았다. 평소 체조로 몸을 움직이고 식욕도 왕성해 초콜릿과 콜라를 즐긴다.
이 보다 더 오래 산 세계 최고령 기네스 기록은 1997년 숨진 프랑스의 잔 칼망 할머니로 122년 164일을 살았다. 칼망 할머니는 테니스 수영 사냥 등 운동을 즐기고 쇠고기와 튀긴 음식, 초콜릿을 좋아했다. 애연가로 담배도 많이 피웠다. 비공식 기록은 2017년 타계한 인도네시아 할아버지로 146세였다. 이 같은 예를 보면 인간의 수명이 얼마나 길어질지 알 수 없다.
2015년 2월 미국의 주간지 타임(Time)은 “올해 태어난 아기는 특별한 사고나 질병이 없는 한 142세까지 살 수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이때 142세는 기대수명으로, 신생아가 몇 살까지 살 수 있는가를 예측한 나이다.
‘2020 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8년 기대수명은 82.7세(남 79.7, 여 85.7)다. 정부가 수립되던 1948년 46.8세였으니 70년 사이에 35.9세가 늘었다. 평균 2년마다 1살이 늘어난 셈이다.
미국 텍사스대 노화연구재단은 2050년 인간의 최고 수명이 150세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재수 없으면 150살까지 산다는 예측이 허언이 아닐 듯하다. 하지만 기대수명에서 질병과 부상으로 고통받는 기간을 뺀 건강수명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2년 65.7세이던 건강수명은 해마다 조금씩 낮아져 2018년에는 64.4세였다. 수명이 길어진데 비해 건강은 오히려 악화돼 2018년의 경우 노후 18.3년을 병원 신세를 졌다는 의미다. 오래 사는 것도 좋지만 건강을 챙기면서 사는 게 더 중요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