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진 객원논설위원의 '노년의 꿈'」 ② 코로나19와 노인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악마는 항상 꼴찌부터 잡아먹는다’는 말처럼 취약계층에 큰 시련을 안겨주었다. 노인의 경우 감염 확산 우려로 경로당과 노인복지관이 문을 닫고 노인일자리가 중지되는 등 노인들의 중요한 지지체계가 일시에 멈추었다. 공적 서비스에 의지하는 저소득 노인이나 돌봄을 받아야 할 노인의 삶이 크게 악화되고 디지털 격차도 더 크게 벌어졌다.
△ 사망자의 95%가 노인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첫 발생한 이후 세계적으로 1억 명 가까운 확진자와 200만 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19일 현재 7만3115명의 확진자와 128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특히 노인들은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해 연령별 사망률은 50대 이하가 4.29%인데 비해 60대 이상은 95.71%에 이르고 있다. 지역별 확진자는 수도권이 71.4%를 차지하고 전북은 확진자 995명, 사망자 34명이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gov/coronavirus)는 “코로나에 감염되면 사망할 확률이 20대에 비해 75-84세는 220배, 85세 이상은 630배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 노인일자리
노인일자리가 감소되거나 일시 중단돼 노인들이 타격을 받았다. 제주고령사회연구센터가 2020년 5월, 7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노인의 일상생활 변화 중 가장 큰 것이 소득 감소(45.7%)를 꼽았다. 두 번째가 외출제한으로 갑갑하고 외로움(33.7%), 세 번째가 경로당이나 복지관 이용이 어려워 불편한 점(21.2%)를 들었다.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노인일자리사업은 2020년 74만 명으로 이중 77.4%인 57만3000명이 공공형(공익활동과 재능나눔)이다. 공공형과 사회서비스형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으로 2월 27일부터 잠정 중단되었다가 다시 재개되는 등 감염 확산 우려로 자치단체마다 들쭉날쭉 시행되었다. 이중 한 달에 30시간 일하고 27만원을 받는 공익활동은 저소득 참여노인에 대한 생계보호 차원에서 활동비를 미리 지급하기도 하고 일부는 4개월 동안 상품권을 추가 지급했다. 하지만 시장형사업단이나 경비, 청소 등 민간형 일자리는 크게 위축되었다.
△ 경로당·노인복지관
우리나라 노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여가시설은 경로당과 노인복지관이다. 2017년 도시지역의 경우 59.5%가 경로당, 32.2%가 노인복지관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여가시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휴관과 운영을 반복했다. 1차 유행기인 2월 27일 휴관 권고가 내려진 이후 7월 20일 운영이 재개되었으나 8월 18일부터 다시 대부분 휴관에 들어갔다. 연말 기준으로 6만7000여 경로당 중 20% 남짓, 394개 노인복지관 중 2.5%만이 운영 중이다.
경로당과 노인복지관이 문을 닫으면서 그 전까지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회활동 및 경제활동에 참여했던 노인들의 삶의 질이 악화되었다. 평소 비슷한 처지의 동년배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유일한 즐거움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들 시설이 잠정폐쇄되면서 경로당의 경우 공동취사나 여름철 무더위 쉼터 같은 기능이 멈추는 바람에 집에서 종일 견뎌야 했다. 노래 부르기, 요가, 붓글씨 등 각종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저렴한 식사와 커피 등을 이용할 수 있는 복지관도 운영이 중단되면서 노인들의 건강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무엇보다도 지루함과 불안, 불면, 스트레스, 소외감, 우울감이 높아져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경우가 크게 증가했다.
△ 요양병원·요양원·재가노인지원서비스
요양병원과 요양원은 집단으로 장기간 거주하는 노인장기요양시설이다. 환자와의 거리두기가 쉽지 않고 거동이 불편한 기저질환자들은 면역력이 취약해 치명율이 높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의 1/3이 노인장기요양시설에서 나와 비상이다. 최근 들어 전북에서는 순창군 요양병원 113명, 김제 가나안요양원 62명 등이 집단 발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요양병원은 면회가 중단되었다 7월 1일부터 비접촉 방식의 면회가 허용되었다. 하지만 8월 하반기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다시 면회가 전면 금지되었다.
정부는 그동안 노인장기요양시설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즉시 코호트 격리를 시행했다. 그러다 12월 30일 요양병원 확진자를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이송시켰다. 이들 시설에서는 환자가 임종할 경우 유가족들이 마지막 작별인사도 못한 채 곧 바로 시신이 화장장으로 향하는 쓸쓸한 풍경이 일상화되었다. 또 재가노인지원서비스의 경우 1대 1 방문돌봄이 비대면 방식으로 바뀌면서 돌봄이 어려워졌다. 감염우려로 돌봄서비스 수혜자들이 요양보호사의 방문을 거부하거나 반대로 요양보호사가 스스로 업무를 중단하는 경우가 곳곳에서 발생했다.
△ 디지털 격차
코로나19 이후 식당에 들어가기 전 QR코드를 요구하는 곳이 많아졌는데 노인들은 난처할 때가 많다. 또 햄버거 가게나 커피매장 등에 키오스크(무인 주문기)가 설치된 곳이 늘고 있지만 사용법을 몰라 주문도 쉽게 할 수 없다. 코로나19 초기 마스크 사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을 때 젊은이들은 앱에서 마스크가 여유 있는 약국을 쉽게 찾아갔지만 노인들은 전전긍긍하다 공적 마스크 5부제가 실시되면서 겨우 한숨을 돌렸다.
이처럼 코로나19는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나 디지털 빈곤이 확연히 드러나는 계기가 되었다. 언택트로 연결된 사회에서는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모빌리티, 로봇 등에 대한 이해나 이용여부에 따라 사람들의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진다. 예컨대 스마트폰 결재 등 각종 앱을 사용하지 못하면 병원이용이나 각종 물품구입이 어렵다. 이는 노인들에게 보이지 않는 소외와 차별이 되고 있다. 코로나19는 노인들에게 디지털 기기 활용은 물론 교육 필요성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