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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죽음과 죽음준비 (전북일보 16면 21.09.07.(화) 16면 /[참여&소통 2021 시민기자가 뛴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9-07   조회수: 690   

#1 “저는 요양병원과 같은 기관에서 죽고 싶지 않아요. 조금만 아프다가 죽었으면 좋겠어요. 가족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아요. 제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만 살고 싶어요. 병원에 누워서 삶을 마감하는 것은 생각도하기 싫어요.”

 

#2 “코로나 사망자는 보통 죽음과는 정반대입니다. 일반적으론 사후 24시간이 지나야 화장 할 수 있는데 코로나 사망자는 감염우려 때문에 24시간 안에 시신을 비닐로 밀봉한 후 화장을 마쳐야 해요. 어떤 경우는 오후 3시에 사망해 오후 6시에 화장했으니 3시간 만에 죽음이 정리됐어요. (사망자 가족들이) 격리되는 바람에 임종을 못 지키고 장례도 제대로 못 치르는 경우도 많아요.”

 

#1은 노인요양병원에서 11년째 노인들을 보살피고 있는 요양보호사 A(58)가 자신의 죽음에 대해 갖는 바람이다. #2는 염장이(장례지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B(67)가 코로나19 이후 겪은 장례 경험이다.

 

우리는 누구나 죽는다. 우리의 의지를 넘는 일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죽음은 삶의 마지막 순간일 뿐 아니라 죽어가는 과정까지를 포괄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자신과 무관하게 생각한다. 현세적 삶을 중시하는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죽음이라는 단어조차도 재수 없고 불길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논의 자체를 기피하는 것이다. 더욱이 매스미디어가 매일 다른 사람의 죽음을 밥 먹듯 전하고 있어, 죽음이 남의 일로 치부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두렵고 부정적인 무엇인가로 인식된다. 노년은 어느 시기보다도 죽음에 가까이 와 있고, 죽음을 자주 생각하는 시기이다. 삶의 마무리인 죽음을 어떻게 해야 잘 맞이할 수 있을까. 좋은 죽음이란 무엇이며 죽음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지 살펴보자.

 

 

좋은 죽음이란

좋은 죽음이란-품위 있고 아름다운 여정, 고통 없고 편안한 마지막 두려움 없이 맞이하는 것

어떻게 준비할까-긍정적 자세로 삶 재정비 엔딩노트나 유언장 작성 /수의영정사진 미리 마련

우리 사회는 생활정도가 나아지면서 잘 먹고 잘 사는 웰빙(well-being)에 관심이 높아졌다. 이제는 한발 더 나가, 고령인구가 급증하면서 잘 죽는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도 이에 못지않다. 웰다잉은 좋은 죽음, 존엄한 죽음, 품위 있는 죽음, 아름다운 죽음 등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삶의 마지막 여정으로서 좋은 죽음은 현재의 삶을 재정비하고 임종 순간까지 개인의 존엄성을 고려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좋은 죽음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신체적으로는 통증과 고통이 없이 인공호흡기 등 기계적 장치에 의존하지 않고 편안하게 마무리하는 것이다. 정신적으로는 두려움과 불안 없이 자연스럽게 죽음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 측면에서는 무의미한 삶을 강제하지 않고 인격을 침해하지 않는 죽음이어야 한다. 영적 측면에서는 종교적 행위를 통해서 영혼이 평화로운 안식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이혜경, 2017).

 

그러면 좋은 죽음에 대한 인식을 중년(40-64)과 노인(65세 이상)으로 세분화해 보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연구 참여자들과 의사소통을 통해 개인의 다양한 반응을 확인하는 Q방법을 사용해 추출한 결과(정경희 외, 2018). 중년은 담담히 맞이하는 죽음이 좋은 죽음이라는 1유형과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어야 좋은 죽음이라는 2유형, 내가 결정하는 죽음이 좋은 죽음이라는 3유형으로 나눌 수 있었다. 이들은 아직 죽음에 임박하지 않아서인지 다소 추상적인 인식을 하고 있다.

 

반면 노인들의 죽음에 대한 인식은 보다 구체적이었다. 1유형의 좋은 죽음은 두려움 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1유형은 죽음을 떠올리며 두려움의 정서를 강하게 느끼는 유형으로 삶에 집중하는 것이 곧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따라서 죽음이라는 두려운 생애 사건을 맞이하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살지만 죽음 이후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았다. 2유형의 좋은 죽음은 짐이 되기 전에 떠나는 것이다. 이들 유형은 자신의 죽음이 배우자나 자녀 등 남겨진 가족에게 피해가 되지 않을지를 우선 고려한다. 이들 역시 호흡이 끊어지는 순간을 존재의 종말로 보며 자신의 죽음 이후 관계나 의례 등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3유형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유형이다. 이 유형은 어떤 죽음도 좋은 죽음이 아니며 가능한 한 오래 살고 싶어 한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 어떤 방법이라도 취하기를 원하며 죽음 준비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죽음 준비

 

- 좋은 죽음에 대한 태도 -

- 정신이 온전해야 좋은 죽음이다

- 가능한 한 오래 살다 죽는 것이 좋은 죽음이다

- 죽을 때 두려워하지 않아야 좋은 죽음이다

- 죽을 때 가족들과 관계가 나빠지면 좋은 죽음이 아니다

- 간병비(병원비)로 가족을 고생시키고 죽는 것은 좋은 죽음이 아니다

- 죽기 전에 스스로 죽음을 준비할 수 있어야 좋은 죽음이다

- 죽음에 대해 주변이 함께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좋은 죽음이다

- 마지막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이 주위에 있어야 좋은 죽음이다

- 죽은 후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되어야 좋은 죽음이다

- 좋은 죽음이 되려면 생사와 관련된 결정을 본인이 해야 한다

 

다음은 죽음준비에 대해 살펴보자. 죽음준비는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준비와 물질적인 준비로 나눌 수 있다. 정신적 준비는 죽음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죽음에 대한 공포나 불안을 극복하는 것이다. 생명의 자연스런 현상으로 죽음이 오면 언제라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종교에 대한 믿음도 크게 도움이 된다. 법정스님은 미리 쓰는 유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사는 일은 곧 죽는 일이며, 생과 사는 결코 절연(絶緣)된 것이 아니다. 죽음이 언제 어디서 내 이름을 부를지라도 하고 선뜻 털고 일어설 준비만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오늘이 내 생애 마지막 날(스티브 잡스)’이라거나 죽음을 잊지 말라(memento mori)’,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천상병의 귀천)’ 등의 자세도 정신적 죽음준비에 해당될 것이다.

 

물질적 준비는 죽음을 수용하고 좋은 죽음을 위해 행하는 구체적인 준비다. 미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서명한다든지 엔딩노트·유언장을 작성해 놓아 사후에 필요한 법률적 문제를 대비하는 등이다. 또 수의나 영정사진 등을 미리 준비하고 상조회나 사망보험 가입, 시신 및 장기기증 서약서 작성, 자서전 등의 준비도 포함된다.

 

‘2020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은 상당수가 스스로 죽음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7.8%는 수의를 마련하고 24.8%는 묘지를 마련해 놓았다. 이어 상조회 가입 17.0%, 상속처리 논의 12.4%,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4.7%, 유서 작성 4.2%, 장기기증서 3.4%, 죽음준비 교육수강 2.7% 순이었다. 희망하는 장례 방법은 화장이 67.8% (화장후 납골당 33.3%, 화장후 자연장 20.6%, 화장후 산골 13.9%), 매장이 11.6%였다.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20.6%였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이 시작된다. 따라서 잘 사는 것이 잘 죽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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