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향한 열정 충분한 나이입니다"
[행복할 권리 찾아 떠나 노인아동여성이 행복한 전주] <6>전주시노인취업지원센터
2016년 06월 06일 (월) 김영무 기자 m6199@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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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젊음과 열정을 소진하고 그 댓가로 나이를 먹은 사람을 일컫는다. 맡은 바 위치에서 굵은 땀을 흘리며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자신보다는 자식을, 사회를, 국가가 먼저였다. 주름이라는 멋진 훈장이 얼굴에 붙여졌다. 이젠 어깨에 짊어졌던 삶의 무게를 떨쳐버리고 편안하게 자신의 삶을 보살펴야 할 시점에 다다른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 사회적 동물이기에 느끼는 여러가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활동 중단에 따른 빈곤과 질병, 고독 등이 그들의 어깨를 여전히 짓누른다. 그렇기에 신체 활동이 허락된다면 댓가가 수반되는 일은 편안한 노후에 있어 필수적 요소다. 이를 돕기 위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전주시노인취업지원센터를 들여다 본다.<편집자 주>
▲전주시노인취업지원센터는.전주시노인취업지원센터(이하 센터)는 지난 2009년 5월 '일하는 기쁨! 건강한 노후!'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문을 열었다. 일을 할 수 있는 열정과 능력은 충분하지만 나이라는 잣대에 의해 직업의 일선에서 물러난 노인들의 보람찬 노후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센터는 전주시가 대한노인회 전주시지회에 민간위탁을 해서 운영하고 있다. 올해로 7년째 무료로 노인 취업을 알선하는 업무를 하고 있는 데 지난 해 342명을 포함해 그 동안 1,881명을 취업시켰다. 노인은 노인복지법상 65세지만, 센터는 55세 이상 전주시 거주자를 대상으로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센터는 기본적으로 6가지 정도 일을 하고 있다. 첫째가 취업상담을 통한 일자리 알선이다. 둘째는 노인 적성에 맞는 취업직종 개발이다. 그 동안 아파트 경비원이나 건물 청소원, 주유소 주유원, 주차관리원, 음식점 서빙 또는 조리원, 그리고 택시 기사 분 등의 취업을 알선해 왔는 데 이들 외에 노인 일자리에 맞는 직종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에 의한 것이다. 셋째는 노인일자리 관련 수탁업무로, 가령 보건복지부에서 하는 인력파견형 사업이나 올해 처음 수탁한 시니어인턴십 사업 등이 그것이다. 또 재취업을 위한 교육훈련과 노인취업 활성화를 위한 네트워크 구축, 끝으로 노인취업 인식개선사업 등도 진행하고 있다. 노인취업 인식개선사업은 사업체들이 노인은 젊은이들에 비해 힘이 부치고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다고 해서 꺼려하기 때문에 인식을 바꿔주기 위해 필요한 사업이기도 하다. 이 밖에 동행 면접이나 이력서, 자기소개서 쓰는 것을 도와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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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일자리 구해주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안타까워센터의 노인취업은 쉽지만은 않다.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이 넘쳐나는 만큼 노인 인력을 원하는 업체를 많이 발굴만 하면 될 것이라는 개념이 현실에서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구인처(사업체)와 구직자간 미스매치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는 것이 센터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체에서는 55세∼65세를 원하는데 찾아오는 노인은 60대 후반∼70대, 심지어 80대까지 있다. 업체에서 사람을 보내 달라고 해도 그에 맞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다. 70∼80대 분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힘없이 돌아가는 것이 센터직원들을 가장 안타깝게 만드는 부분이다. 또한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라 일을 많이 하고도 대접을 제대로 못 받는 경우도 많다. 주유소 같은 경우 하루 10시간씩 일하고 한 달에 이틀 쉬며 120∼130만원을 받는다. 그나마 이런 자리도 많지 않을 뿐 아니라 현장에서는 최저임금도 못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그래서 센터는 취업 지원뿐 아니라 구직자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교육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매달 전문강사에 의뢰해 실무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신문 방송 뿐 아니라 33개 주민센터와 지정게시대 등에 플래카드를 걸고 리플릿 등을 나눠주기도 한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눈높이를 낮추는 것라고 조언한다. 자신이 왕년에 어떤 지위를 가졌다거나 나이, 자식의 위치 등은 잊어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경비나 청소원, 주유원도 전문직이라는 직업의식과 책임감도 있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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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대사 정인묵씨
“일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건강이 좋아지고 생활에도 도움이 되고요. 교육기관이라서 말 한마디라도 상대방을 배려해서 하니까 더욱 좋습니다.”전주시노인취업지원센터의 알선으로 1년 4개월째 전주여고 경비로 근무하고 있는 정인묵(74) 씨는 “5년 가까이 놀다가(실은 농사일을 하면서) 소일거리로 좀 벌어야겠다고 취업했는데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며 연신 만족한 웃음을 터뜨렸다. 오후 4시에 출근해 다음날 오전 8시에 퇴근하는 게 일과. 주간 2명 야간 2명 등 4명이 경비를 서는데 정 어르신은 야간조인 셈. 하루건너 하루씩 근무하며 문단속을 비롯해 학교 순찰, 화장실 점검, 소등, 창문 확인 등이 주 임무다. 급여는 105만원.그 동안 학생들과 많이 친해졌다고 한다. 기숙사가 있어 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의 이름도 여럿 외웠다. 얼마 전에는 전주여고가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플레이볼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자 자신의 일처럼 신나고 좋더라는 것. 가끔씩 학부모들이 학교에 찾아오면 “너무 욕심 부리지 말고 학생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좋다”고 충고 아닌 충고도 한다. 2남3녀를 키우다 보니 자녀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잘 하고 성공하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임실이 고향인 정 씨는 지금은 자녀들이 서울 등 객지로 모두 나가 송천동 서호아파트에서 부부 둘만이 오순도순 재미있게 살고 있다. 훤칠한 키에 미남으로, 4년째 아파트 주민대표도 맡아 봉사하고 있다. |
▲홍보대사 소재민씨
“같이 근무하는 4명이 모두 전주시노인취업지원센터에서 나이와 성향에 맞게 알선해 줘 호흡이 척척 잘 맞습니다. 일을 잘 하려면 아무래도 팀워크가 중요하니까요.”객사 뒤 5층 의류상가인 H&M 전주지점 청소반장을 맡고 있는 소재민(65)씨는 화사한 얼굴에 언제나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소 씨는 매장에 손님들이 찾아오기 전에 청소를 마쳐야하기 때문에 누구보다 일찍 현장에 출근한다. 아침 일찍 매장을 깨끗이 청소해 놓으면 손님들이 상쾌한 기분으로 쇼핑할 기분이 나지 않겠느냐는 것. 근무 시간은 오전 7∼11시까지 4시간. 오전 근무를 마치고 오후에는 자신의 일을 볼 수 있어 아주 만족하다고 한다. 현재 2년 6개월째 근무하고 있으며 급여는 70만원.직원들 간의 화합을 누구보다 강조하는 소 여사는 “서로 배려하는 마음으로 근무하기 때문에 일에 능률이 오르고, 집에서 음식을 가져와 나눠 먹는 등 형제자매처럼 지낸다.”고 자랑한다.소 씨는 “일은 재미있고 즐겁게 해야 한다”는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래야 일도 잘 되고 자신 뿐 아니라 주변도 행복해 진다는 것이다. 어떻게 전주시노인취업센터를 알게 됐느냐는 질문에 “우연히 동 주민센터 앞에 붙어있는 현수막을 봤는데 운이 좋은 것 같다”고 미소 짓는 소 씨는 노인들이 취업하려면 “자신이 과거에 무엇을 했든 겸손해야 한다”며 “그런 사람만이 일에 충실하고 오래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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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센터장 |
"양질의 일자리를 발굴해 노인들이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언론계에서 30년간 일하면서 노인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던 조상진 센터장은 퇴직 후를 준비하면서 전북대대학원에서 노인문제를 공부했다. 저출산 고령화라든지 무상급식, 선별적·보편적복지 논쟁 등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게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계기가 됐다.
조 센터장은 "노인문제라면 고독사, 노인학대, 연금, 장기요양보험, 요양병원 등 의료문제, 정치참여, 노인의 성문제 등 분야가 많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노인문제의 핵심은 일자리라고 생각했다"며 "흔히 노인은 4고(苦)의 고통에 시달린다.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면 질병 빈곤 무위 고독 등 다른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북은 기업이 적다보니 청년실업 뿐 아니라 노인 일자리도 적다. 청년 취업과 노인 일자리는 별개가 아니라 연결돼 있다. 노인이 생계능력이 없으면 자녀나 젊은 사람이 부양의 짐을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노인은 청년의 미래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는 조 센터장은 노인이 편안하고 안심하며 생활할 수 있는 나라가 진정한 복지국가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앞으로 일자리의 질을 높이기 위해 중앙정부 즉, 보건복지부나 고용노동부 등에서 실시하는 일자리 공모사업을 많이 따오도록 하겠다. 포럼, 심포지엄 등을 통한 인식개선도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조 센터장은 시민들이 활기찬 노년을 보낼 뿐 아니라 여성과 장애인 등 모두가 편안한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사회 각계 각층이 노력해 나가자고 힘줘 말했다. |
/김영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