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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집에서 살다 죽고 싶다(전북일보 2019.10.30)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10-30   조회수: 575   

 

90살에 돌아가신 어머니는 마지막을 요양병원에 계셨다. 서울에서 1년, 정읍에서 5년 가까이 지내셨다. 정읍에서는 고향 분 몇몇이 같은 병원에 입원해 있어 그리 심심치 않은 듯 했다. 그러다 몇 년이 지나면서 그분들이 하나 둘 떠나고, 말년에는 아는 사람 없이 어머니만 남으셨다. 몸이 수척해지고 나중에는 거동도 거의 하지 못하셨다.

나는 병원에 자주 들르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주말마다 찾았다. 그런데 점점 늘어져 갔다. 몇 년이 지나서는 한 달에 한 번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돌아가실 무렵 “집에 가고 싶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몇 년째 비어 놓은 농촌 집에 가봐야 반길 사람 하나 없는데도…. 몇 번은 동생이 차로 모시고 가려다 다시 돌아오곤 했다. 침대에 오랫동안 누워 계셔서 차가 흔들리면 온 몸이 아프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식사는 물론 대소변도 처리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었다.

나 역시 당신이 평생 지내시던 집이 아닌 병원에서 돌아가신 것이 못내 아쉽고 미안하다.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온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점점 나이 들면서 나도 노후를 어떻게 보낼까 생각할 때가 있다. 최근 장모님마저 잃어 더욱 그러하다. 나도 결국은 어머니처럼 요양병원에서 삶을 마감해야 할까? 몸을 움직일 수 있고 정신이 멀쩡할 때 자청해서 안락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자식들에게 괴로움을 끼치지 않고, 고통 없이 갔으면 하는 바램에서다. 아마 죽음을 맞는 많은 이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 세상은 탈(脫)시대다. 사회복지에서는 탈시설화·탈가족화가, 철학에서는 탈인간화가 큰 흐름이다. 탈시설화는 말 그대로 시설에 수용하는 것에서 탈피해 자신의 집이나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필요한 서비스를 받는 것이다. 탈시설화의 세계적인 움직임은 1950년대부터 일기 시작해 1980년대에 활발히 진행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990년대까지도 노인이건 장애인이건 시설 보호방식이 대세였다.

이번 정부 들어 지역사회통합돌봄(Community Care)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반세기 넘게 이어져온 시설복지 패러다임이 획기적으로 바뀌는 것이다. 노인복지분야에서는 AIP(Aging In Place ·살던 곳에서 나이 들기)가 핵심개념이다. 노인들이 아프고 불편하더라도 병원이나 시설보다 평소 살던 곳에서 지내다 삶을 마치는 것이다. 실제로 ‘2017 노인 실태조사’에서도 노인들의 절반 이상인 57.6%가 ‘거동이 불편해도 살던 곳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자녀들은 부모와 같이 살려고 하지 않는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2008년 도입돼 가족과 자녀의 부양 부담이 줄어들었으나 아직은 공급자 중심인데다 혜택도 일부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6월부터 전국 최초로 서비스를 시작한 전주시 통합돌봄 선도사업은 노인들에게 반가운 소식 중 하나다. 지역 실정에 맞는 돌봄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행정과 의사 약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등 관련단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긴 하나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을 직접 찾아가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승수 시장은 지난 7일 민관협의체 회의에서 “전주에 143층 랜드마크 건물도 종합경기장 개발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편안하게 살다 삶을 마치는 것”이라고 했다. 꽤 인상적인 말이다. 나도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보다 내 집에서 살다 눈을 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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