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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취업 (전북일보 16면 2021.03. 25.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3-25   조회수: 49   

[조상진 객원논설위원의 노년의 꿈] ⑥ 노인 취업


A씨(65)는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정년 후 일자리센터에서 전담요원으로 3년 동안 일했다.

퇴직 후가 걱정돼 오래 전부터 자신 있는 요리를 배우기로 작정했다.

내일배움카드를 활용해 학원을 다녔고 두 번 도전 끝에 한식요리사 자격증을 땄다.

그리고 지인의 소개로 지난해 말 대전의 대형유통업체 프렌차이즈 식당코너를 운영하기로 계약했다.

4주간의 실습을 마치고 이제 어엿한 사장이 되었다.


한 달에 두 번밖에 쉴 수 없고 직원 2명으로는 너무 바빠 일손이 더 필요하다는 외에는 아주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A씨의 경우는 창업의 꿈을 이뤘지만 대부분의 퇴직 고령자들은 재취업을 원하는 게 일반적이다.

퇴직 후 창업에 뛰어들었다 퇴직금만 날리는 경우가 많아서다. 한때 창업이 우리나라 가계 빚의 주범이요, ‘퇴직자의 무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재취업 경로는 ‘친구·친지의 소개 또는 추천’이 56.3%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공공취업 알선기관’을 통한 경우가 22.1%를 차지했다. 그리고 ‘생애 주된 일자리와 관련 있는’ 경우가 72.6%로 나타났다. 대개 퇴직 후 친구·친지의 소개로 전 직장에서 하던 일과 관련 있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실제 노인 취업 현장에서 좋은 일자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관리·사무직 자리는 거의 없고 경비, 청소, 주차, 주유, 주방, 요양보호사 등 단순노무직이 대다수다. 좋은 일자리로 선호하는 관리직은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사태에서 보듯 공무원·공기업의 고위직 퇴직자들, 아니면 정치인이나 단체장 선거캠프 출신들이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전관예우나 기업의 로비 필요성에 의해 모셔가거나 강요되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좋은 취업 자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중 상당수는 재직 중 오랫동안 준비해야 얻을 수 있다.

철저한 노후대비로 인생 이모작, 삼모작에 성공한 경우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서울에서 약대를 나와 국내 굴지의 제약회사 전무로 퇴직한 B씨(69)는 능력을 인정받아 규모가 작은 제약회사 부사장으로 옮겨 근무하고 있다.

은행 지점장으로 퇴직한 C씨(65)는 재직 중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고 현재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공기업에서 퇴직한 D씨(66)는 재직 중 야간대학원에 진학해 사회복지를 전공, 장애인 시설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또 민간기업을 다니다 구조조정으로 퇴직한 E씨(63)는 최근 개인택시를 1억6000만원(차량 값 포함)에 구입, 노후 준비를 마쳤다. 이들 사례들은 일찍부터 노후를 염두에 두고 준비했으며 전문성을 갖추고 인간관계를 중시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노년에도 계속 일하기를 원하는 노인들이 많다. 또 일을 오래할수록 은퇴 후가 안전하다. 1980년대에는 60세 이상 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28.3%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7년 노인실태조사에서는 41.1%로 크게 증가했다. 65세 이상 고령자 중 일을 하고 있거나 일하기를 원하는 노인은 350만 명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정부에서 재정을 투입하는 노인일자리는 2021년의 경우 80만 자리에 그치고 있다. 270만 개 이상이 민간 일자리인 것이다.


일하기를 원하는 노인들이 증가하는 이유는 기대수명이 증가하는데 반해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나는 평균연령이 49.4세로 너무 이르기 때문이다. 은퇴 이후 자녀 교육비 등의 지출로 노후준비가 부족하거나 연금 등 사회안전망이 미비해 본인이 생활비를 직접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또 일을 해야 건강을 유지하고 무료함을 달랠 수 있다.


우리나라 노인의 기대수명은 남성 85.3세, 여성 88.3세인 반면 노동시장에서 떠나는 ‘유효 노동시장 은퇴연령’은 2017년 기준으로 남성 72.9세, 여성 73.1세로 OECD(남성 65.3세, 여성 63.6세) 회원국 가운데 1위다. 23년 이상을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나 단순노무직 등으로 전전하는 것이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취업은 보건복지부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을 통해 실시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에서도 중장년 일자리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중장년의 경우 고용노동부의 고용복지플러스센터나 워크넷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면 보수 등 근무여건이 좋은 노인취업 자리를 얻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일찍부터 노후를 위해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앞에서 봤듯 대학원에 진학하는 등 공부를 더 하거나,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자격증을 획득하는 등 자기만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또 노후 재취업이 전 직장이나 친구·친지 등과의 연계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평소 끈끈한 인적 네트워크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이와 함께 일자리를 찾는 노인들이 가져야할 마음가짐으로 일본의 유명한 고령자 인력파견회사 고레이샤(高齡社)의 ‘평생현역 6대 실천강령’도 참고할 만하다. 이 강령은

1)과거의 직책만으로 잘난 체하지 않는다.

2)사심(私心)이 아니라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

3)마음에 안 드는 게 있더라도 내색하지 않는다.

4)주어진 일은 성실히 수행한다.

5)약속한 것은 꼭 실행에 옮긴다.

6)머리는 숙이기 위해 있는 것이다 등이다.


노인취업과 관련해 강익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은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아 노인취업도 다양해져야 한다.”면서 “노인취업 관리체계의 신속한 디지털 전환과 노인들의 온라인 접근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 그리고 다양한 비대면 일자리 개발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 통합형 노인일자리센터
우리나라 노인취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일자리 개발과 상담 및 컨설팅, 데이터베이스 관리, 교육훈련, 수행기관, 사후관리가 각각 분절(分節)돼 있다는 점이다. 원스톱(one-stop) 서비스가 안 되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 자체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이긴 하나, 현재 있거나 나눌 수 있는 자리의 미스매치도 아주 심하다. 구직자와 구인처, 교육훈련과 취·창업간의 연계가 원활치 않고 구직자의 경력관리 등 DB도 엉성하다. 한 마디로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수요와 공급이 물 흐르듯 연결되는 방향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통합형 노인일자리센터가 광역자치단체별로 들어서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2018년 용역을 맡아 진행한 통합형 노인일자리센터 모형은 파편화된 노인취업을 그림과 같이 ‘직종개발→ 직업훈련→ 취업연계→사후관리’로 일원화하자는 내용이다. 지역에 산재해 있는 각종 취업센터를 컨트롤할 뿐 아니라 보건복지부의 노인일자리사업과 국민연금공단의 베이비붐 노후지원사업, 고용노동부의 중장년 일자리사업 등을 포괄하면서 통합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100세 시대를 맞아 노인취업도 패러다임의 일대 전환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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