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부터 노후 준비해야 안정적인 삶 즐긴다
노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누구나 ‘건강과 돈’을 꼽는다. 이들 외에 일, 관계(배우자, 친구), 취미, 종교 등 여러 가지를 들지만 건강과 돈은 노후생활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이들 중 돈 문제, 즉 노후소득보장에 대해 살펴보자. 나이 들어 정년을 하거나 은퇴를 하게 되면 가장 먼저 직면하는 게 소득상실이다. 별도의 준비 없이 임금소득에 의존해 살아온 대부분의 퇴직자들에게 소득상실은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선진국에 비해 연금제도나 공적부조 등 소득보장이 미성숙한 우리로서는 젊은 시절부터 힘들더라도 이를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노후소득보장에는 무엇이 있고 어떻게 해야 할까. 노후소득보장은 크게 공적이전소득과 사적이전소득으로 나눌 수 있다. 공적이전소득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및 특수직역연금(공무원·군인·사립학교교직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이 있고 사적이전소득에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자녀 및 친인척들의 용돈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에 준공적연금으로 주택연금과 농지연금을 덧붙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노후소득보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다층연금을 미리부터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권한다. 1층의 국민연금, 2층의 퇴직연금, 3층의 개인연금 등 다양한 소득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소득 가운데 국민연금은 우리나라 노후소득보장의 주춧돌이라 할 수 있다. 노후생활을 위해 ‘보장된 평생소득’이기 때문이다. 198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국민연금은 가입대상이 18세 이상 60세 미만으로 특수직역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국민이다. 급여의 종류는 노령연금과 장애연금, 유족연금 등이 있으며 노령연금이 82.8%를 차지한다. 10년 이상 가입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수급연령은 2013년부터 5년 단위로 1세씩 연장해 2033년에 65세부터 혜택을 받게 된다. 국민연금 기금규모는 2020년 12월말 현재 833조원이며 가입자 수는 2210만명으로 사업장가입자 64.8%, 지역가입자 31.2%, 임의가입자 1.6% 등으로 구성된다. 연금수급자는 530만명이며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인 노령연금 수급자는 329만명이고 평균연금액은 54만1천원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출발 시 ‘적게 내고 많이 받아가는 구조’로 설계돼 기금 고갈문제가 제기되는 등 우려가 적지 않다. 2041년 적자로 전환되고 2056년 적립금이 완전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기금이 고갈될 경우 현재의 적립방식이 부과방식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부과방식은 매년 연금 지급에 필요한 소요액을 후세대가 부담하므로 세대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다수의 미가입자와 납부예외자 등 잠재적 사각지대가 50% 안팎이나 되는 것도 큰 문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급여를 낮추거나 아니면 보험료 부담을 높이는 연금개혁이 단행되어야 하는데 쉽지 않은 과제다.
다음으로 2014년 도입된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인정액(월소득 평가액과 재산의 월소득 환산액을 합산한 금액) 기준 하위 70%에게 지급된다. 기초연금 지급여부를 결정하는 지급기준액은 2021년의 경우 노인 단독가구는 169만원, 부부가구는 270만4000원이다. 지난해까지는 소득하위 0∼40%에 속한 수급자에게만 월 최대 30만원을 지급했으나 올해부터는 65세 이상인 소득하위 70% 모두에게 월 최대 30만원이 지급된다. 기초연금은 자동으로 지급되는 게 아니라 반드시 본인이나 가족 등 대리인이 신청해야 받을 수 있다. 가까운 주민센터나 국민연금공단 지사에 신청해야 하며 온라인으로도 가능하다.
사적이전소득인 퇴직연금은 2005년 12월부터 도입되었다. 회사가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급여를 금융회사에 맡기고 기업 또는 근로자의 지시에 따라 운용하다 근로자가 퇴직 시 일시금 또는 연금으로 지급하게 된다. 이 연금은 노사가 일시금, 확정기여형(DC), 확정급여형(DB)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근로자 명의로 가입하기 때문에 기업이 도산해도 퇴직금은 안전하고 직장을 옮겨도 계속 연금을 이어갈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퇴직연금은 가입률이 2019년 말 현재 51.5%에 그치며 연간수익률도 낮은 편이다. 실제로 퇴직 시 97.9%가 일시금으로 받고 있어 사회안전망 역할도 크지 않다.
이와 함께 1994년 도입된 개인연금은 개인이 스스로 가입여부를 결정하는 금융상품이다. 금융기관별로 상품의 명칭을 다르게 사용하고 있는데 현재 은행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신연금저축신탁, 보험회사의 상품은 신연금저축보험, 금융투자회사의 상품은 신연금저축펀드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인연금을 세제 혜택을 목적으로 가입하고 있지만 가입률이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그리고 자녀나 친인척 등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사적부양 소득은 효를 중심으로 한 가족주의가 약화되면서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통계청의 사회조사 분석결과를 보면 부양비용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9.7%였으며 ‘5% 이하’인 경우도 48.7%로 절반에 가까웠다. 이제 자녀에게 노후를 의지하는 일은 거의 사라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앞에서 보았듯 우리나라 노후소득보장은 매우 열악한 형편이다.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에 의한 소득대체율은 2019년 현재 13%이고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합한 노후소득대체율이 43∼48%에 불과하다. 결국 1층인 국민연금과 2층인 퇴직연금으로 부족한 부분을 개인연금이나 재취업 등 다른 소득 창출로 채워야 할 형편이다.
◆ 노년층, 금융사기에 주의해야 (보이스피싱, 스미싱 등 피해 많아)
70대 노인 A씨는 2018년 2월 금융감독원 팀장이라고 사칭한 사기범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사기범은 “본인 명의의 대포통장이 개설돼 범죄에 이용됐다.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는 피해금을 맡겨야 한다”며 돈을 송금할 것을 요구했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A씨는 이틀에 걸쳐 3개 금융기관 5개 지점을 방문해 정기예금과 보험을 해지했다. 그런 다음 사기범이 알려준 대포통장 3개 계좌로 총 9억원을 송금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 창구직원이 보이스피싱을 의심하기도 했지만 이미 사기범이 피해자에게 ‘친척에게 사업자금을 보내는 것’이라고 답하도록 유도한 뒤라 피해를 막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 최대의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다.
노년에 접어들면 판단력이 흐려져 각종 사기를 당하기 쉽다. 일부 노인들은 세상사 흐름에 둔감하고 사회적 교류가 적어 그럴듯한 남의 말에 쉽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금융사기 사건의 대표적인 게 보이스피싱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와 관련해 금감원에 피해 구제를 신청한 사건은 2020년 1∼10월 사이 2만2777건에 2109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40∼50대가 가장 많지만 60대 이상도 6872건, 621억원으로 피해가 만만치 않다. 이밖에도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심는 파밍, 문자메시지에 포함된 인터넷주소를 클릭하면 소액결제 피해를 일으키는 스미싱 등 온라인 금융사기에 주의해야 한다. 조상진 전 전주시노인취업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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