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웠다. 그리고 신기했다. 선거가 이렇게 재미있고 드라마틱할 줄 몰랐다. 한편으론 무섭기까지 했다. 표의 심판이, 민심의 준엄함이 전율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
이번 20대 총선은 몇 가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첫째는 오만방자하고 독선적인 권력에 대한 경고였다. 16년 만에 재현된 여소야대가 그것을 웅변했다. 둘째는 지역주의가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통쾌했다. 전남 이정현, 대구 김부겸, 부산 김영춘, 전북 정운천 등의 당선은 지역주의를 허무는 단비였다. 셋째는 호남의 경우 오랜만에 찾아온 경쟁구도가 반가웠다. 전북은 1988년 13대 총선에서 평민당이 14개 지역구를 싹쓸이한 이후 28년 동안 일당 독식구조였다. 그러다 이번에 국민의당 출현으로 피 말리는 경쟁을 하다 보니 후보들이 유권자 무서운 줄 알게 된 선거였다. 넷째는 전북 출신 인재가 많은데 놀랐다. 이번 총선에서 도내 10명을 포함해 전북출신은 수도권 등 모두 31명이 선출되었다. 전국대비 인구가 4%에 불과한데 국회의원 수는 10%를 넘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다. 비전과 정책이 빛을 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늦은 선거구 획정과 진흙탕 공천싸움에 가려 정책경쟁은 아예 실종돼 버렸다. 정책 대신 땅바닥에 엎드려 용서를 비는 진풍경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하지만 정책은 국민의 삶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꼭 챙겨야 할 사항이다. 국민은 주권자로서 정치권에 더 나은 삶을 요구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번 선거에 제시된 공약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그 중 주목할 만한 노인공약을 중앙당과 지역구별로 나눠 보고자 한다.
새누리당은 일자리 창출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다. 해마다 노인 일자리 10만개를 만들어 2020년까지 78만7000개를 만들겠다고 했다. ‘노인 일자리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모든 시·군·구에 노인 일자리 전담기관 설치도 약속했다. 또 의료비 정액제 기준을 인상하고 치매노인에 안심팔찌 및 전용단말기 보급을 공약했다. 반면 노인복지청 신설 공약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초연금 인상을 대표공약으로 내걸었다. 현재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월 20만원에서 단계적으로 30만원으로 올려 차등 없이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노인 일자리를 100만개로 늘리고 수당을 4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불효자방지법 제정도 추진키로 했다. 국민의당은 노인 ‘빈곤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연계를 폐지하고 노인일자리를 2배로 늘리는 한편 수당도 4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자를 2배로 확대하고 본인부담금을 경감하겠다는 공약도 눈길을 끈다.
다음은 전북지역 당선자 10명의 노인공약을 보자. △노인취업지원센터 및 주치의제도 도입(전주갑 김광수) △효자동 경로종합복지타운(500억)건립(전주을 정운천) △70세 이상 노인을 위한 무상실버버스 도입과 호성동, 조촌동·동산동 노인복지회관 건립(전주병 정동영) △노인종합복지관 추가건립 및 노인체육관 재추진(군산 김관영) △함열읍 복지관 건립과 모현동 수영장 및 노인체육관 재추진(익산갑 이춘석) △농촌 ‘9988쉼터’설치 및 독거노인 친구맺어주기(익산을 조배숙) △국책연구기관급 노인병연구센터 설립(고창군) 기반조성(정읍 고창 유성엽) △노인무료버스 도입과 노령층 사회적 협동조합 지원(남원 임실 순창 이용호) △거동불편 노인 ‘똑똑서비스’와 3대 효도가족 혜택법안 마련(김제 부안 김종회) △65세 이상 버스비 무료와 1000원 택시 및 이미용 복지혜택(완주 무주 진안 장수 안호영).
하드웨어 중심의 졸속과 날림공약이 많다. 그럼에도 공약은 유권자와의 공적(公的) 약속이다. 4년 후 거짓 여부를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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