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지난 2014년 제13기 전주시 노인대학 학생들이 제주도 졸업여행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 |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있죠. 다른 곳에서 듣지 못하는 강의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친구들도 만나니 좋구요.”
대한노인회 전주시지회(회장 오경남) 부설 노인대학(전주시 완산구 안행로 73)에 다니는 안용주 어르신(85)은 노인대학에서 “지적(知的)인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김제 중앙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직한 후 지금은 인근 양지노인복지관 자치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씩 노인사회활동지원사업(공익형)으로 어린이집에 나가 체조와 동화구연도 가르친다.
안순열 어르신(84)은 2005년부터 노인대학에 개근하는 모범생이다. “친구도 사귀고, 점심도 따뜻하게 잘 해줘 좋다”면서 금암노인복지관에 다니다 알게 돼, 어느덧 11년째가 되었다고 한다. 5년 전 영감님을 먼저 보냈지만 평소 복지관에 나가 한문과 영어, 민요(장구), 스포츠 댄스를 신나게 배우느라 외로울 틈이 없다.
이들 학생(?)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11월 중순에 떠나는 졸업여행이다. 2013년 중국, 2014~2015년은 제주도를 다녀왔다. 부소산성,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영광원불교성지 등 현장학습도 인상에 남는다. | | | ▲ 노인대학 현장학습. |
△고령화로 80대가 주축= 노인회 부설 전주노인대학은 1983년 노인학교로 개설했다. 2001년까지 19회 졸업생을 배출했다. 그러다 2002년 노인대학으로 개칭, 올해 4월7일 제15회 입학식을 가졌다. 현재 학생은 120명이며 여성이 76명으로 63%를 차지한다. 나이는 80대가 69명(58%)으로 중심을 이루고 70대가 50명(42%), 90대도 1명이 재학 중이다. 올해 입학한 어르신은 47명에 그치고 61%인 73명이 재입학생이다. 그만큼 노인대학의 인기가 높다는 증거다. 노인대학이 열리는 매주 목요일은 오전 10시께부터 정혜사 인근 전주시경로회관 1층 강당 일대가 부산해진다. 어르신들이 일찍 찾아와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이야기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12시에 노인대학에서 제공하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1시부터 노래교실이 열린다. 강사의 선창과 반주에 맞춰 ‘내 나이가 어때서’ ‘묻지 마세요’ 등 흥겹게 노래를 따라 부른다. 이어 50분씩 2개의 강의를 듣는다. 강의는 저명인사나 기관장, 대학교수 등이 담당하며 건강이나 행복한 노후생활, 전통문화, 웃음치료 등 다양하게 펼쳐진다.
△주 1회 강의 등 年 6~8개월 운영= 노인대학은 경로대학, 노인학교, 노인평생교육원, 노인교실 등 노인 대상 교육기관을 포괄해 부르는 이름이다. 법적으로 노인대학이라는 명칭은 없고, 노인여가시설(노인복지법 제36조) 중 노인교실이 여기에 해당한다. 노인대학은 복지와 평생교육이라는 두 축에서 접근할 수 있으며 대개는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노인교실(노인대학)은 전국에 1361개, 이 중 전북에 66개가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대한노인회 소속이 15개, 한국노인대학복지협의회에 가입된 노인대학이 17개, 그밖에 교회와 성당, 사찰 등 종교기관과 복지관, 대학, 민간단체 등이 운영하고 있다.
운영 주체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형태는 비슷하다. 운영일수는 주당 1회가 대부분이며 여름과 겨울방학을 제외하고 보통 6~8개월간 문을 연다. 프로그램은 특별활동이나 강의를 통한 교양강좌와 함께 경로식당, 미용봉사, 생신잔치, 건강검진 등의 복지 프로그램이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1년에 2회 정도 졸업여행이나 효도관광, 견학, 야유회 등 나들이 행사도 갖는다. 강좌는 건강증진, 교양교육이 대부분이고 교회에서 운영하는 노인대학은 예배와 노래율동, 특강 등이 추가된다. | | | ▲ 제주도 졸업여행에서 어르신들이 관광지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
△정부·지자체 관심 가져야= 흔히 노인이 되면 4고(苦)에 시달린다고 한다. 질병과 빈곤, 무위, 고독이 그것이다. 또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1위다. 경제성장과 급격한 고령화가 가져온 씁쓸한 결과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노인 일자리 마련과 함께 평생교육 차원의 노인교육체제 정비가 시급하다. 하지만 정부와 자치단체는 아직 여기까지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강원발전연구원이 2014년에 펴낸 ‘강원도 노인대학 활성화방안 연구’는 경청할만하다. 우리나라 노인대학의 문제점을 5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재정 부족 및 외부강사 섭외의 한계, 프로그램 개발상의 어려움, 노인들의 욕구 다양성과 지적 수준 상이에 따른 어려움, 강사 확보 및 자질문제, 교육환경 등이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공통된 노인대학 프로그램 개발과 전담부서 설치 및 노인교육 정책 방향 수립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제 노인교육에 대해 정부가 손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노후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선 노인들도 학습에 참여해야 하고, 노인대학의 정비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 전주시 노인대학 조희정 학장 "노인은 사회 책임지는 어른 이웃·나라사랑 실천 앞장서야"
“노인은 사회를 함께 책임지는 어른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합니다. 물론 사회를 바르게 이끌겠다는 사명의식도 높아야겠지요. 그런 만큼 노인들은 자신을 지키는 노력과 더불어 이웃사랑, 나라사랑을 앞장서 실천해야 합니다.”
대한노인회 전주시지회부설 노인대학 조희정 학장(81)은 노인대학 학생들에게 ‘뜨거운 애향심과 국가관’을 강조했다. 공직과 경제계, 정계, 언론계 등을 두루 거쳐 지난해부터 노인대학을 맡고 있는 조 학장은 평소 “급변하는 시대에 노인들도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지론을 펴왔다. 노인들이 지역사회 원로로서 선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선 덕성 함양과 함께 시대의 흐름을 읽는 안목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쌓아온 지혜와 연륜을 바탕으로 가정과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노인이 되어야 하고, 나아가 지역사회와 국가에 봉사하는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하는데, 노인대학이 그 매개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 학장은 “예산이 너무 적어 훌륭한 강사 초빙이 어렵다”면서 “자치단체가 관심을 더 가져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노인대학 재학생의 주축이 80대인데 비추어 보면 평생학습 교육기관으로서 노인대학의 중요성이 크다는 것이다. 앞으로 노인들이 직면한 ‘죽음’이나 심각한 ‘노인의 성(性)’문제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노인들의 시야를 넓히기 위해 졸업여행도 국내 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으로 다양화할 예정이다. 매일 출근해 일을 챙길 만큼 의욕이 넘치는 조 학장은 한국JC특우회장과 전북도민일보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 | | ▲ 조상진 전주시노인취업지원센터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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