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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원논설위원 |
“경비업무 외에 주변청소, 잡초제거, 택배관리, 주차관리, 층간소음, 나무전지, 대형 폐기물 처리 등 모든 잡일은 우리가 다 한다고 보면 돼요. 아무래도 경비는 반(半) 노가다잖아요.”
“새벽 2∼3시 한참 꽂잠 자고 있을 때 택배 찾는다고 와서 시비 걸고 찾아가시는 분도 있어요. 주민들은, 24시간 근무가 안자고 근무하는 것 아니냐, 그렇게 생각한다고요.”
“별도로 (휴게 공간이) 있어야 쉬는 것인디, 없으니 경비실 안에서 쉴 수밖에 없죠.”
“사실은 위탁관리회사가 큰 소리 못 쳐요. 왜냐면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갑’이니까요. 소장도 말 한마디 잘못하면 모가지에요.”
“공제 전 금액이 175만원, 세금 등 9만원 떼고 165만원 받아요. 우리가 중간이라 더라고요.”
“내가 있는 아파트는 젊은 부부들이 많아요. 인사도 잘하고 좋아요. 저녁에 순찰을 돌 때 보면 박카스를 주기도 하고, 택배 운반해 주면 과일 같은 것 몇 개씩 주고 그래요.”
이상은 전주시내 아파트에 근무하는 경비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다.
우리나라 노인일자리는 단순노무직이 대부분이다. 박사도 CEO출신도 노인이 되면 어쩔 수 없다. 그 중에 60대 남성이 가장 선호하는 자리가 경비원이다. 급여가 다른 직종에 비해 괜찮은 편이고 노동 강도가 심하지 않는 감시(監視)·단속(斷續)적 업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60대의 나이에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한다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이와 관련, 전주시노인취업지원센터는 지난 6월 우리나라의 대표적 거주 형태로 자리 잡은 아파트 경비원의 근무실태에 대해 질적 연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아파트 경비원의 고충을 심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두 가지만 들여다보자.
하나는 고용상태가 불안하다는 점이다. 정년이 65세로, 계약기간은 대개 1년이다. 65세가 넘으면 6개월 단위로 연장하고 최근에는 3개월 단위로 쪼개서 계약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또 위탁(용역) 회사가 바뀔 때 고용승계 여부도 불안요인이다. 입주자대표회의, 특히 자치회장에게 밉보일 경우 다음 계약시 해고될 수 있다. 최근에는 최저임금 시행으로 인건비가 많이 오르자 신규 또는 대규모 아파트에서는 아예 경비원을 없애고 무인경비시스템을 활용하는 추세도 한 몫 거든다. ‘을’의 위치에 있는 경비원들은 속수무책으로 ‘갑’의 처분만을 바라는 처지다.
또 하나는 근무여건이 열악하다는 점이다. 경비원들은 대개 24시간 맞교대(격일제) 근무로, 본연의 업무인 경비와 방범은 물론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잡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취침시간이나 식사시간 등 휴게시간을 늘려 잡아 실질적으로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급여를 받고 있다. 연구 참여자들은 휴게시간이 7시간 30분에서 11시간까지 다양했다. 이를 근무시간에서 제외하는 바람에 한 근무자는 월급이 140만 원대에 불과했다. 이와 함께 좁은 경비실 안에서 휴식과 취침, 식사 등을 모두 해결하는 것도 고통이다. 일부 작은 규모의 아파트 경비원은 음식물 쓰레기통을 닦거나 재활용품 분리수거까지 맡아서 하고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위탁회사나 주민들로부터 인권 차원의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아파트의 80∼90%를 차지하는 ‘위탁관리’를 ‘자치관리’로 유도하는 게 어떨까 한다. 정부도 올해부터 자치관리를 하는 아파트에 대해 관리운영비 부가가치세 감면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휴게시간 조정을 통해 최저임금 하한선을 넘기는 편법을 바로 잡아야 한다.
더불어 하루 3교대 근무와 70세 정년의 법제화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아파트 경비원도 우리의 이웃이요 한 집안의 가장이다. 나아가 지금 40, 50대 남성의 미래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