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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원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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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보는 시각은 크게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존경과 지혜의 대상으로, 다른 한편에서는 어리석음과 경멸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노인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아프리카 속담은 최대의 존경을 표하는 사례다.
반면 영감탱이, 늙은 마녀, 노슬아치, 꼰대, 틀딱(틀니를 딱딱거린다는 노인 비하), 노인충(老人蟲) 등의 호칭은 경멸의 예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존경보다는 경멸의 경우가 많았다. 동양에 비해 서양이 더 그랬다. 그리스 신화를 비롯해 많은 문헌들이 노인을 무기력하고 병든 어두운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 젊음을 동경하고 생산과 효율을 중시하는 서구적 문화 탓이다. 그러나 이러한 존경과 경멸은 결국 개인의 성격이나 행동의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어느 시대에나 존경받는 노인이 있는가 하면 밉상인 노인도 있으니까.
이런 구분과 달리, 최근 급격한 고령화와 함께 중·고령층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신노년의 등장이 그것이다. 준고령자, 예비노인, 액티브 시니어 등이 비슷한 부류다. 최고령국가 일본에서 주목받는 ‘새로운 어른(新しい大人)’도 같은 유형이다. 베이비 붐 세대를 포함하는 젊은 노인을 이른다. 한국의 베이비 붐 세대는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1955-1963년생으로, 합계출산율이 3.0이상인 세대다. 일본 노년학회는 지난 해 65-74세를 준고령자로 할 것을 제안했다.
기존의 노인이 힘없고 의존적이라면 신노년은 긍정적·적극적이며 문화 친화적이다. 이들의 생물학적 나이는 노년에 이르렀으나 생각과 행동은 젊은이 못지않다. 청소년 시절 장발머리에 청바지와 미니스커트를 입고 포크송과 비틀즈 노래에 심취했다. 대개 학력이 높고 문화를 즐기며 경제력도 어느 정도 갖췄다. 그래서 그런지 이들 신노년의 특징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행은발). 하나는 젊은 감각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며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 일본의 ‘새로운 어른’들이 은퇴 후 고급 바이크인 ‘할리 데이비슨’을 구입하고 비용이 1인당 500만원에 가까운 호화 크루즈 열차를 타고 여행을 다니는 게 좋은 예다.
또 하나는 인생의 후반기를 새로운 시작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노년이 ‘인생의 내리막길’이 아니라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마음을 갖는다. 악기나 어학을 새롭게 배우고 투자도 활발하다.
일본의 베이비 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1946-1948) 사이에서는 ‘은퇴 후 10만 시간 활용법’이 주목받고 있다. 수면과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은퇴 후 25년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가 관심이다. 그 해답은 ‘평생 현역’이다. 일본 은퇴자들이 일하는 첫째 이유는 우리와 같이 ‘생계를 위해서’다. 하지만 ‘넉넉한 은퇴자’들도 무료함의 고통을 이기기 위해 몸이 허락할 때까지 일하는 게 대세다. 영어와 중국어 등 외국어 학원 수강자 3명 중 1명이 60세 이상인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또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오토바이 강습과 승마 강습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세대 역시 고민이 없지 않다. 노후 불안이 항상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지난 해 4월 발표한 ‘한국의 60대, 5대 리스크라는 덫에 걸려 있다’는 경고는 경청할 만하다. 황혼 이혼, 성인 자녀, 창업 실패, 중대 질병, 금융 사기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황혼 이혼과 성인 자녀가 가장 큰 타격이다. 황혼 이혼 리스크는 깊은 상처와 함께 1억2000만원의 재산 감소를 초래한다고 계산했다. 성인 자녀 리스크는 젊은이들의 취직과 결혼이 어려워 60대 부모가 절반이상의 성인자녀를 부양 또는 지원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노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리스크 관리와 함께 건강, 사랑, 우정이라는 무형자산도 챙겨야 할 것 같다.